본문 바로가기
재배로그

고추 잎이 오그라들 때, 병일까 해충일까? 총채벌레 의심하고 이렇게 잡았습니다

by 옥상농부 2026. 5. 24.

텃밭에서 고추를 키우다 보면 마주하는 당혹스러운 순간

며칠 전 아침, 평소처럼 옥상 텃밭에 올라가 고추 화분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포기가 눈에 띄게 이상하더군요. 다른 포기들은 잎이 쫙 펴져서 광합성을 하느라 바쁜데, 한 녀석만 생장점 부근의 잎들이 마치 쥐가 파먹은 것처럼 쭈글쭈글하고 뒤틀려 있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물 주는 타이밍을 놓쳤나 싶었습니다. 요즘 낮 기온이 28도 가까이 올라가면서 흙이 금방 마르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건, 바로 옆에 있는 똑같은 환경의 다른 화분들은 멀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잎 색깔이 노랗게 변하는 것도 아니라서, 단순한 영양 결핍이나 수분 부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잎이 심하게 뒤틀리고 오그라든 고추의 생장점 부근
잎이 심하게 뒤틀리고 오그라든 고추의 생장점 부근

사실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게 이런 상황입니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환경 탓이구나' 하고 물 관리나 영양 관리를 조정하면 되는데, 딱 한 포기만 이러면 정말 난감하거든요.

이게 병일까, 해충일까? 고민했던 이유

하루 더 지켜볼까 고민했습니다. 식물도 사람처럼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잎이 꼬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잎의 뒤틀림 정도가 너무 심했고, 신엽이 제대로 펴지지 못하고 뭉쳐 있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켜보며 판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처음 의심한 건 총채벌레였습니다. 제 경험상 잎 뒷면이 미세하게 지저분하거나, 특정 포기만 타깃이 된 것처럼 꼬인다면 90% 이상은 해충 문제였거든요. 그래서 꽃 안쪽과 잎 뒷면을 아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육안으로 움직이는 놈들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비슷한 증상이면 균이나 바이러스부터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오해했으니까요. 하지만 바이러스라면 잎에 모자이크 무늬가 생기거나 점박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고추는 잎 색은 정상이었고, 단지 모양만 꼬여 있었죠. 그래서 저는 균이 아닌 해충, 특히 총채벌레를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뒤틀린 고추잎 뒷면을 확인하는중
뒤틀린 잎의 뒷면의 상태

농부의 선택: 왜 살충제부터 치지 않았을까

보통 총채벌레가 보이면 바로 농약방에 가서 강력한 살충제를 사 오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옥상 텃밭이라는 특수성과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일단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개체 수를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조치로, 저녁 무렵에 물 분무기를 강하게 설정해서 해당 포기의 잎 뒷면과 생장점을 아주 꼼꼼하게 씻어냈습니다. 총채벌레는 습기를 싫어하고, 직접적으로 물을 맞아 잎에서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립니다. 이렇게 2~3일 정도 반복해 주면 초기 대응으로는 꽤 효과가 좋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완전히 박멸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챙겨둔 친환경 살충제를 잎 뒷면까지 골고루 묻도록 살포했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총채벌레는 알에서 깨어나는 주기가 있기 때문에 딱 한 번만 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저는 3~5일 간격으로 총 3회를 살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양제를 아주 연하게 타서 엽면시비를 했습니다. 

만약 잎 색이 변색되었거나 줄기까지 썩어 들어가는 증상이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그 포기를 뽑아버렸을 겁니다. 다른 포기로 전염되는 걸 막는 게 텃밭 관리의 핵심이니까요.

다음부터는 30도를 넘는 고온 예보가 있다면, 총채벌레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 미리 예방 차원에서 잎 뒷면을 관찰하고 물 샤워를 자주 시켜줄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고추 잎이 이상하게 꼬인다면, 일단 잎 뒷면부터 확인해 보세요. 대부분의 답은 그곳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도 옥상 텃밭에서 이렇게 직접 겪으며 쌓이는 경험들이 내년 텃밭 농사의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의 텃밭도 별일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