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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기술

[왜 이럴까?] 고추 잎 구멍 송송 뚫리는 증상 원인 분석과 대처법

by 옥상농부 2026. 7. 19.

텃밭에서 마주한 고추 잎의 수상한 상처들

아침마다 텃밭을 둘러보는 일은 참 설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고추 잎을 들여다보다가 손이 멈칫하더군요. 초록빛으로 곧게 뻗어야 할 잎사귀들에 무언가 쓸고 지나간 듯한 상처들이 꽤 보였습니다.

고추 잎 앞면에 발생한 갈색 반점과 구멍 증상
갈색 반점과 구멍이 생긴 고추 잎 앞면

우선 잎 앞면을 가만히 살펴보니 둥그스름하면서도 가장자리가 살짝 마른 갈색 구멍들이 군데군데 뚫려 있었습니다. 구멍의 크기는 제각각인데, 어떤 것은 아주 미세하게 바늘로 콕 찌른 것 같고 또 어떤 것은 제법 큼직하게 잎 가장자리를 파고들어 가 있더군요. 구멍 주변의 얇은 조직들은 하얗거나 미색에 가깝게 변색되어 있고, 그 테두리는 진한 갈색으로 말라버린 모습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잎 전체적인 외형도 평평하지 않고 주름이 잡힌 것처럼 군데군데 우글거리는 변형이 생겼습니다. 특히 잎의 측면이나 끝부분이 안쪽으로 살짝 말려 들어가는 듯한 이상 징후도 함께 관찰됩니다.

고추 잎 뒷면의 잎맥 주변 구멍과 변형 상태
잎맥을 경계로 구멍이 뚫린 고추 잎 뒷면

뒤집어서 잎 뒷면을 보니 더 명확하게 드러나네요. 잎맥 바로 옆부분의 연한 조직이 완전히 뚫려서 반대편이 훤히 비치는 상태입니다. 잎맥을 건드리지 않고 그 옆의 부드러운 살 부위만 도려낸 것처럼 구멍이 나 있습니다.

병일까, 벌레의 소행일까?

이런 구멍을 처음 마주하면 참 당황스럽습니다.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건 역시 이게 '병'에 걸린 건지, 아니면 어떤 '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인지 가려내는 일입니다.

경험상 잎에 구멍이 생겼을 때 병과 벌레를 구분하는 아주 쉬운 기준이 있습니다. 보통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한 병해는 구멍이 뚫리기 전에 주변에 노란색의 '무리(Halo)'가 넓게 형성되거나, 잎 전체로 빠르게 갈색 반점이 번져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벌레가 갉아먹은 자리는 주변 조직의 급격한 변색 없이 아주 깔끔하게 도려내진 경우가 많지요. 이번에 발견된 잎들은 구멍 테두리에 살짝 마른 조직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계선이 뚜렷하고 잎맥을 비켜 가며 구멍이 송송 뚫린 것으로 보아 생리장해보다는 외부 요인이나 해충의 식해 흔적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더군요.

최근 내 행동과 텃밭 들여다보기

생각해 보니 최근 날씨는 아주 평온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장마나 폭우가 쏟아진 적도 없었고, 기온도 지극히 정상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물주기나 비료를 주는 주기도 늘 하던 대로 규칙적으로 관리해 왔기 때문에 영양 공급의 급격한 변화가 원인일 확률은 낮아 보였습니다. 토양이나 물관리에서 큰 실수를 한 적이 없는데도 이렇게 잎이 뚫리고 우글거린다면, 결국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겁니다.

이쯤에서 농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몇 가지 의심스러운 범인들이 있습니다.

  • 잎 뒷면에 숨어서 즙액을 빨아먹는 총채벌레진딧물의 소행
  • 연한 잎을 갉아먹고 도망치는 아주 작은 달팽이십자무늬청벌레 같은 유충류
  • 잎이 아주 어릴 때 상처를 입어 자라면서 구멍으로 벌어진 기계적 상처

꼬리를 무는 의심, 범인 좁혀가기

처음에는 혹시 담배나방 애벌레나 다른 나비목 유충들이 갉아먹은 게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대식가라 잎을 아주 크게 숭덩숭덩 갉아먹는 편인데, 지금 상처들은 자잘한 구멍이 여러 개 흩어져 있는 모양새라 앞뒤가 잘 안 맞더군요.

그다음으로 의심해 본 건 바로 총채벌레였습니다. 이 녀석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찾아내기가 참 힘든데요. 주로 고추의 아주 연한 새순이나 꽃 쪽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먹습니다. 잎이 아주 어리고 연할 때 이 녀석들이 세포를 침으로 찔러 즙을 빨아먹으면, 그 상처 부위가 작물이 자라나면서 세포 분열을 멈추게 됩니다. 결국 건강한 주변 조직만 자라나다 보니 상처 부위가 찢어지듯 뚫리면서 구멍이 되고 잎이 우글우글 찌그러지게 되지요.

또 하나 의심을 거둘 수 없는 건 노린재의 유충이나 아주 작은 바구미 종류입니다. 녀석들은 잎 뒷면의 연한 조직을 갉아먹거나 구멍을 뚫고 지나가는데, 지금 난 구멍들의 둥근 형태가 녀석들이 머물다 간 흔적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퍼즐을 맞추며 내린 결론

눈앞의 단서들과 정황을 퍼즐처럼 맞추어 보면, 이번 구멍과 잎 우글거림은 총채벌레나 흡즙성 해충이 잎이 아주 연했던 초기 생장 단계에서 가해한 흔적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이 녀석들은 고온 건조한 시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생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잎이 활발하게 자라나야 할 시기에 이들의 공격을 받으면 영양분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하고 세포가 파괴됩니다. 그 결과로 잎이 다 자란 지금 시점에 와서 구멍이 뻥 뚫리고 표면이 고르지 못하게 우글거리는 변형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다행히 병원균에 의한 치명적인 도열병이나 탄저병의 초기 증상처럼 잎 전체가 무르고 주저앉는 양상은 보이지 않으므로, 해충 밀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해야 할 단계별 처방전

고추 잎 총채벌레 피해와 기계적 상처 구별 기준 다이어그램
고추 잎 해충 식해 및 변형 판단 기준

가장 먼저 해줄 수 있는 응급 처방은 피해가 심해 구멍이 너무 많이 뚫리고 이미 광합성 기능을 상실한 하단부의 늙은 잎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입니다. 상처 난 잎을 그대로 두면 그 틈으로 2차 곰팡이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가위로 깨끗하게 잘라내어 텃밭 밖으로 멀리 버려줍니다.

그다음 단기 처방으로는 잎 뒷면을 중심으로 방제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유기농 재배를 선호하신다면 친환경 자재인 난황유나 제충국 추출물, 또는 마요네즈 희석액을 만들어 잎 뒷면과 새순 부위에 흠뻑 흘러내릴 정도로 살포해 줍니다. 해충들은 주로 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직후에 활동하므로 이 시간대를 노려 방제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기 처방은 텃밭 주변의 잡초 관리입니다. 총채벌레나 진딧물 같은 해충들은 고추밭 주변의 풀숲에 숨어 있다가 틈을 타서 날아오기 때문에, 이랑 사이나 멀칭 주변의 잡초를 주기적으로 제거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발생 밀도를 줄이는 지름길입니다.

사흘 뒤에 짚어볼 플랜 B

만약 이렇게 방제를 해주고 사흘 정도 지켜보았는데도 새로 나오는 아주 여린 새순(신엽)까지 우글거리며 뒤틀리고 미세한 반점이 생긴다면, 그때는 단순히 해충의 물리적 식해를 넘어 바이러스(총채벌레가 옮기는 칼라병 등)나 근권(뿌리)의 기능 저하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새순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만약 신엽에 노란 얼룩이나 심한 위축 증상이 보인다면 그 주를 과감히 뽑아내어 다른 고추들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구멍 뚫린 잎을 보고 처음엔 덜컥 걱정스러웠지만, 하나씩 짚어가며 원인을 찾아보니 결국 이겨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더군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차근차근 관리해주다 보면 고추들은 금방 건강한 새잎을 올려줄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추 농사의 가장 큰 고비라고 할 수 있는 고추 탄저병 예방을 위한 장마철 이전 필수 방제 요령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보려 합니다. 미리 준비해두면 올여름 고추 수확이 훨씬 풍성해질 테니 기대해 주세요.